2003년 개봉한 영화 터미네이터 3편에서 터미네이터는 주인공 존 코너를 찾기 위해 상대의 모습을 스캔한다. 인간의 눈으로 보면 그냥 눈에 보이는 사람이지만, 터미네이터는 전자 눈을 통해 사람을 스캔해 피사체의 얼굴을 인식, 대조해 새로운 영상을 만든다. 이렇게 현실의 피사체를 인식하고 관련된 정보를 더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터미네이터의 눈을 통해 보이는 세상이 바로 증강현실(AR : Augmented Reality)이다. 영화 속에 설정된 시기인 2020년이나 가능할 것처럼 보이던 증강현실 기술은 최근 첨단 카메라와 그래픽 기술 발달로 실용화 단계에 진입했다.

　증강현실은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의 한 분야로 실제 환경에 가상 사물이나 정보를 합성해 원래의 환경에 존재하는 사물처럼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가상현실은 얼마 전 흥행한 영화 ‘아바타’처럼 가상의 공간과 사물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증강현실은 현실 세계를 기반으로 가상의 사물을 합성해 현실 세계에서 얻기 어려운 부가적인 정보들을 보강해 제공할 수 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 경기 시작 전에 애국가와 더불어 축구장 위에 펼쳐진 대형 태극기와 상대 팀 국기가 놓여 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이것은 실제로 축구경기장에는 아무것도 없지만, 잔디밭에 가상 국기의 가상현실을 혼합해 원래 경기장에 존재하는 것처럼 만든 증강현실이다.

　증강현실의 연구는 1968년 미국 컴퓨터 과학자인 이반 서덜랜드(Ivan Sutherland)가 발표한 ‘헤드 마운티드(Head Mounted) 3차원 디스플레이’를 모태로 연구가 시작됐다. 이후 1990년 보잉의 톰 코델(Tom Caudell)이 항공기 전선 조립과정의 가상 이미지를 실제 화면에 중첩시켜 설명하면서 증강현실이라는 용어를 최초로 사용했으며, 1997년 로널드 아즈마(Ronald Azuma)는 증강현실에 대한 정의를 체계화했다. 아즈마는 증강현실을 현실의 이미지와 가상의 이미지를 결합한 것, 실시간으로 상호작용(Interaction)이 가능한 것, 3차원의 공간 안에 놓인 것으로 정의했다.

　이스라엘 엘비트 시스템즈(Elbit Systems)는 증강현실을 이용해 국방전투기의 전방상향시현기(HUD, Head-Up Display)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전방상향시현기는 모의전투에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기상조건이나 훈련장 상황과 관계없이 효율적인 훈련이 가능하고, 위험도가 높은 비행훈련이나 해상 훈련도 가능하다. 이것은 현재 보고 있는 환경에 가상 정보인 비행 시 기압·풍향·속도·고도·목표물 정보 등을 부가해 가상현실이 현실과 접목돼 현실에 있는 간판에 표시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보다 한 단계 발달된 장치로 전방상향시현기를 헬멧 바이저에 직접 표시하는 헬멧 장착형시현기(HMD : Helmet Mounted Display)를 개발 중이다. 헬멧 장착형시현기는 파일럿이 머리를 움직일 때마다 시현화면이 자동으로 변경된다. 파일럿은 좌우의 아군과 적군 위치를 파악할 수 있고 하단를 보면 기체 아랫부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파일럿은 주변 현황 파악, 목표물 사항 인식, 전투공격 능력이 크게 향상된다.

　증강현실의 발전은 미래 전투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지도로 길을 찾는 것이 아니라 투명 디스플레이 위에 표시되는 화살표 지시 방향을 움직이며 길을 찾고, 전쟁 시 적 주둔지·폭탄 매복 같은 다양한 정보도 손쉽게 바로 인식하며 적군의 주요 인물을 어렵지 않게 판별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병사들의 전투력 향상과 함께 무기체계의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다.

　<민준영 국방기술품질원 연구원>